[경상일보] 김병철의 별의별 세상이야기(12)]줄기세포 치료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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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3회 작성일 25-12-0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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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의 별의별 세상이야기(12)]줄기세포 치료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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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울산장애인재활협회 회장


필자의 죽마고우가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지가 몇 해를 지났다. 마땅한 치료 방법이 없어 하루하루 힘든 투병생활을 하고 있으며, 함께 하는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조이게 하고 있다.


얼마 전 친구는 마지막 희망이라며 일본의 줄기세포 치료에 대해 이야기했다. 치료효과가 확실하다는 인터넷 치료 후기나 경험자들 전언 그리고 한국에서는 불법이라 어쩔 수 없이 가야만 한다는 요지의 말이었다. 단 세 차례의 주사를 맞기 위해 치료비만 3000만원 넘는 거금을 지불하고 낯설고 먼 곳에 불편한 몸을 끌고 간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그가 돌아와 들려준 이야기는 놀라움과 허탈함이 뒤섞인 것이었다. 치료를 받으러 온 환자 대부분이 한국인이었고, 그 수가 수 백명에 달했다고 한다. 환자 본인은 물론 보호자들 대부분이 이 간단한 치료를 우리나라에서 할 수도 있는데 왜 이렇게까지 해야하냐며 분노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고 한다.



줄기세포 치료의 효과에 대한 의학적 검증은 여전히 신중해야 한다. 성급한 상업화의 위험, 안정성 문제, 제도적 장치의 부족 등 우리가 극복해야할 과제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치료의 가능성을 찾아 떠도는 국민들을 언제까지 해외로 내몰 것인가”의 화두이다.


수천만원의 비용은 단지 돈의 문제가 아니다. 환자와 가족에게 그것은 삶이라는 희망의 담보이며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절박한 선택인 것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 과정에서 국가가 할 수 있었던 역할을 내려 놓고 있는 듯 보인다는 점이다. 치료 효과와 위험요소를 신중하게 검증하고, 우선적으로 제한적 치료 기회를 마련하여 환자들이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추진해 나가는 것이 국가가 책임져야 할 영역인 것이다.


지금처럼 해외 원정 치료가 하나의 산업처럼 굳어버린 상황은 분명 건강한 구조가 아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생명과 시간인데 그 마저도 법과 정책의 장벽에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친구는 치료 효과가 얼마나 나타날 지는 아직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와 같은 환자들이 다시는 절망과 지출의 경계에서 방황하지 않도록 관련법과 제도를 직시하고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과학은 기다림 속에서 발전하지만 환자의 삶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단지 의료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국민의 마지막 희망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우리 울산도 이러한 측면에서 향후 지역 대학과 기관이 연계하여 미래 먹거리 블루오션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김병철 울산장애인재활협회 회장


- 출처 : 경상일보(https://www.ks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43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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