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괴롭힘과 정신장애인을 위한 정당한 편의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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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2,001회 작성일 21-12-27 11:45본문
직장내 괴롭힘과 정신장애인을 위한 정당한 편의제공
정신장애인의 고용률은 매우 낮다. 2020년 기준 약 10만 3천 여명의 등록 정신장애인 중 불과 1만명만 취업해 있다. 15개 장애유형 중 가장 낮다. 1인 이상 기업체의 피용자는 그 중에서도 3,400여명에 불과하다.
발달장애인 약 2만 5천명이 고용돼 있는 것과 비교하면 현저하게 낮다. 정신장애인 직업재활시설도 전국에 15개 밖에 없다.
하지만 정신장애인은 가장 학력수준이 높은 2개 장애유형 중 하나다. 대부분의 정신장애인은 급성기 정신건강 에피소드를 겪고 있는 상태가 아닌 한, 일상생활수행능력(ADL)이나 수단적 일상생활수행능력(IADL)에도 문제가 없다.
그런데 정신장애인의 취업률은 왜 이렇게 낮을까? 정신장애인의 사회적 기능, 직업적 기능, 대인관계 기술이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된다.
실제로 정신장애인 중 취업해서 1달이 채 되지 않아 그만두는 경우가 많고, 3개월 이내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도 허다하다. 흔히 이것을 정신질환의 특성이라고 치부하고 만다.
하지만 정신장애가 왜 발생하는지를 안다면, 이들의 사회심리적 특성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정신건강문제는 대부분 학대나 방임, 상실, 폭력, 왕따, 신체적, 심리적 트라우마의 경험과 깊이 연결돼 있다.
정신건강문제를 경험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경험이 생존 또는 안전에 중대한 위협으로 다가온다. 두려움과 공포, 분노와 절망의 감정이 심하게 교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대개 환청, 망상이라고 하는 정신건강 에피소드를 경험할 수 있다. 정신건강 에피소드를 경험하는 바로 그 시점에서 이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가 그의 미래를 결정지을 만큼 중요하다.
그것을 ‘정신질환’이라고 진단하고 강제입원 및 강제치료가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보는 사회에서는 이 사람이 겪는 자살충동, 소리, 모습, 냄새 등의 환각 증상에만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증상 안에 담긴 ‘내용’은 그 사람이 겪었고, 지금 겪는 고통을 타인이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실마리인데 그 내용을 알려 하지 않고 약물로써 증상만을 없애려고 한다.
자신이 겪는 고통에 귀 기울이지 않는 강제의 경험은 너무나 강력한 것이어서 그 때부터 이들은 생존을 위해서도 자기검열을 하기 쉽다. “내가 잘못되었다”, “타인의 지적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자기검열은 우리의 본능이 알깨우는 내면의 ‘두려움’을 진정시켜 주지 못한다. 이성과 본능의 격차가 클수록 현실감각이 떨어지게 된다.
가정, 모임, 직장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소극적인 무시와 냉대, 적극적인 야단치기, 윽박지르기, 중립적인 듯한 타인과 비교하기 등은 자기검열과 본능의 갈등의 메카니즘을 작동시키는 트리거의 역할을 한다.
이것은 정신장애인에게 엄청난 폭력인 셈이다. 하지만 자신의 고통을 이성적 형태로 드러내지 못한다. 이것이 정신장애인의 통상의 심리구조인 것 같다.
정신장애인이 취업을 두려워하고, 취업했다 하더라도 쉽게 그만두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위계질서와 무시, 언어적 폭력은 정신장애인에게는 독약과 같다.
비정신장애인은 ‘우리도 직장 생활하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라고 항변한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은 비휠체어장애인에게도 어렵다. 그러나 계단만 있는 직장에서 휠체어장애인이 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직장에서 비일비재하게 있는 불필요한 위계질서, 무시와 냉대, 언어적, 정서적 폭력, 업무수행 닦달하기 등은 정신장애인에게 마치 계단만 있는 직장에서 휠체어장애인 보고 일하라는 것과 마찬가지의 폭력이자 차별이다.
직장내 괴롭힘을 없애는 것은 정신장애인이 직업활동을 수행하는 데 필수적인 정당한 편의제공이다.
정신장애인의 약점을 알거나, 알 수 있는 사람이 직장내 괴롭힘의 당사자라면 고의나 미필적 고의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모르고 하더라도 교육을 통해 시정해야 할 대상이다. 근로기준법의 갑질로 인정받을 정도가 아니라 하더라도, 괴롭힘의 직장문화를 없애는 것은 정신장애인의 직업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첫걸음이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을 앞장서서 제공해야 할 곳이 국가와 공공기관이다. 경기도의료원에 채용돼 경기도립정신병원에서 일하게 된 정신장애인이 다른 비정신장애인 직원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후견·신탁연구센터는 정신장애인을 위한 정당한 편의제공을 사회적 의제로 확산시키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그런데 경기도의료원은 세계보건기구의 인권친화적 치료(Quality Rights Treatments)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원장 등 경영진이 정신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제공을 하고자 시도한 것을 빌미로 중징계하려고 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경기도의료원의 수준이 이 정도라면 정신장애인의 사회통합은 요원하다.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 정신질환의 확대, 불만과 분노의 만연의 진짜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정신장애를 유발하는 가해자가 누구인지, 사회적으로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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