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만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성과와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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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1,407회 작성일 21-12-27 13:11본문
지난 10월 한국 사회복지 역사에 큰 획이 그어졌다. 일찍이 1961년 우리나라 공공부조의 법적 근간이었던 생활보호법 제정과 함께 1촌 직계 혈족과 배우자에게 전가되었던 부양가족 책임이 무려 60년 만에 폐지되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이제 저소득층 생계보장을 위한 의무가 ‘가족부양’에서 ‘국가 책임’으로 전환되는 일대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모름지기 복지국가로의 출발점은 국가에 의한 최저생계 보장, 이른바 국민 최저선(national minimum)의 확보와 강화에 있지 않은가? 이제 대한민국은 헌법 10조가 천명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 그리고 이를 위한 국가의 책무를 더욱 공고히 하는 위대한 여정에 몸을 싣고 있다.
‘포용국가’를 국정 비전으로 채택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복지정책을 들여다보면, 아동 양육을 위한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 및 아동수당 확대, 노인 빈곤 해소를 위한 기초연금 확대와 보강 그리고 지역사회 중심 통합돌봄, 즉 ‘커뮤니티케어’(community care)가 눈에 띈다. 이와 더불어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 또한 복지계의 오랜 염원과 요구에 대한 응답이라는 점에서 크게 환영할만하다. 특히 이러한 정책 결정으로 그간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 기준 초과로 생계급여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었던 약 20만 6,000가구 이상의 저소득 가구가 생계급여를 추가로 보장받게 되는 가시적 정책효과는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부모 또는 자녀(배우자 포함)가 연 1억 이상 고소득자이거나 9억 원을 초과하는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 여전히 생계급여 수급권 제한은 논외로 계속된다.
돌아보면, 국민기초생활보장이 맞춤형 급여체계로 개편되면서 이미 2015년에 교육급여, 2018년에 주거급여 그리고 2021년 올해 생계급여를 위한 부양의무자 기준이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그 기준 자체가 완전히 폐지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의료급여를 위한 부양의무자 기준이 존속한다는 점에서 제도개혁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질병과 건강상태가 빈곤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면, 현재의 부양의무자 기준 변화가 우리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국회에서도 적극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의료급여도 비수급 빈곤층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제3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24~26)에서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의 완전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가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단계적 완화와 적용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허약한 개혁 의지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우리의 머릿속에는 지난해 말 30대 발달장애인 아들을 돌보며 살다가 끝내 생활고로 숨진 60대 어머니의 ‘방배동 모자 사건’이 아직 상처로 남아 있다. 그 비극적 결말이 부양의무자 기준에서 비롯되었기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모자의 수입은 2018년 10월부터 받은 기초생활 주거급여 약 28만 원의 월세 보조가 전부였다. 당시 이들은 부양의무가 있는 가족이 있어 생계급여를 지원받지 못한 데다 2008년부터는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장기체납자로 분류돼 의료급여마저 신청하지 못하는 그래서 병원마저 이용할 수 없는 현실의 벽 앞에서 절망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염원하는 것은 제2 제3의 ‘방배동 모자 사건’이 더는 발생하지 않는, 이른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그런 세상이다. 생명보호의 원칙보다 우선하는 것은 없다. 헌법정신에 기초한 국가의 책무를 더욱 강제하고 나아가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우리의 이웃을 발굴하는 성숙한 시민 행동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음을 곱씹어 봐야만 한다.
최낙관<독일 쾰른대 사회학 박사/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출처 : 전북도민일보(http://www.domin.co.kr)2021.11.08
http://www.dom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59909&sc_section_code=S1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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